지난 3월 16일, 한국이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sensitive) 국가’ 명단에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명단은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가능성을 기준으로 분류되며, 테러지원국(북한·이란), 위험국(중국·러시아)과 별도로 ‘기타 지정(other designated)’ 국가로 한국과 대만이 포함됐다.
문제는 미국이 이미 1월 초 바이든 정부 시절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두 달 가까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외교 대응이 너무 늦어진 데다, 지정 사유조차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
한국이 미국의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된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① 12·3 비상계엄과 정치적 불안정성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을 검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국내 정치적 혼란이 발생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 내 민주주의 체제가 불안정한 신호를 보이면 기술 이전이나 협력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② 한국 내 핵무장 논의
최근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 독자적 핵무장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핵 확산 방지 원칙(NPT)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을 보다 엄격한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③ 원전 기술 유출 우려
한국이 체코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제3국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미국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 간 원전 협력은 매우 중요한 경제·안보 사안이므로, 미국이 이를 사전에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민감국가’로 포함했을 가능성이 크다.
‘민감국가’ 지정이 초래할 영향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한미 간 원자력·에너지 협력이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와 협력하려면 기존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며, 한국 정부 및 기업 관계자가 방문할 때도 사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 미국 에너지부 및 연구소 방문 시 최소 45일 전 신청서 제출
✔ 신분 확인 및 내부 점검 강화
✔ 기술 협력의 폭과 깊이가 제한될 가능성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과의 교류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협력 속도와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늦장 대응, 왜 문제인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점이다.
🔴 1월 초에 지정됐지만, 3월 중순이 되어서야 인지
🔴 정부가 미국 측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 정황
🔴 명단 포함 이유조차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3월 11일 국회에서 “우리의 문의에 미국이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일회성일 가능성도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현재 미국이 명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 4월 15일 이전에 한국이 왜 포함됐는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명확한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미 간 신뢰도에 심각한 금이 갈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 카드’로 악용될 가능성
더 큰 문제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국이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과거 한국에 대해
✅ 관세 인상
✅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 한미 FTA 재협상 압박
등의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이번 ‘민감국가’ 지정 문제를 한국을 압박하는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대응이 시급하다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 ‘민감국가’ 지정 배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 한국이 이 명단에서 빠질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하며
✔ 한미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4월 15일 명단이 공식 발표되기 전에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이 ‘민감국가’에서 빠질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만약 이러한 외교적 대응이 부족할 경우, 한미 기술 협력의 장기적 축소는 물론이고 향후 한미 관계에서 불리한 협상 국면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적 실수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경제, 외교가 모두 얽힌 중대한 문제다. 정부는 더 이상 늑장 대응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